
한국형 액션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는 3편에 이르러 또 한 번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강력계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는 여전히 악당을 맨손으로 때려눕히고, 범인을 쫓는 데 그 어떤 타협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범죄도시3에서는 기존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유쾌한 웃음과 시원한 액션의 절묘한 균형을 선보이며 한층 더 대중적인 영화로 다가섭니다. 저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단순한 범죄 액션물에서, 관객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장르영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글로벌로 확장된 악당, 더욱 커진 스케일의 액션이번 작품의 무대는 단순히 한 도시의 골목길을 넘어서, 해외까지 연결되는 마약 조직으로 확장됩니다. 영화 초반 마석도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국인 연쇄 납치 사건을..

2023년 개봉한 영화 유령은 단순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액션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고도 단단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특히나 ‘유령’이라는 상징적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점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존재 방식과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장치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침묵하는 자들이 어떻게 진실을 감추고, 때로는 그 침묵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간, 고립된 호텔에서의 심리전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 암살을 시도한 항일 무장 조직 ‘흑색단’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총독부는 ‘..

1970년대 후반,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군부 권위주의가 겹치던 시대였습니다. 영화 《밀수》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바다 속에서 숨을 참으며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생존기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류승완 감독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액션과 현실을 결합한 작품들을 만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묵직한 이야기로 관객을 찾아왔습니다. 제가 밀수를 보며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여성’과 ‘바다’라는 두 키워드가 만들어낸 감정의 진폭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지 스릴이나 범죄적 긴장감에 의존하지 않고,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와 선택의 무게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해녀, 밀수꾼이 되다. 물속에서 시작된 이야기주인공 진숙(염정아)은 해녀입니다. 해녀는 당시 여성들이 선택할..

유령이 되어 거꾸로 시간을 걷게 된다면, 살아 있던 날의 기억은 어떻게 달라질까.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람 사이의 무심함을 곱씹게 만드는 조용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시각효과나 뚜렷한 반전 대신, 잊힌 사람들의 감정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 슬픔을 말없이 보여줍니다. 죽은 뒤에야 진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설정은 낯설지만, 묘하게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누군가의 인생이 너무 조용하게 사라지는 순간들을 떠오르게 됩니다.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 돌아볼 수밖에 없는 기억들혜정은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입니다. 그녀의 하루는 단조롭고 무색무취합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면 조용히 밥을 먹고..